학문을 할 때는 본래 널리 배워야지 지름길을 따라 요약해서는 안됩니다. 다만, 배우는 사람이 방향을 정하지 못하고, 마음을 굳게 세우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넓히는 것만 일삼으면 마음과 생각이 한곳에 집중되지 않아 취하고 버리는 것이 정확하지 못하고, 혹 본질에서 벗어나 진실을 잃을 염려가 있습니다. 그러니 반드시 먼저 요긴한 길을 찾아서 확실하게 문과 뜰을 열어 놓은 다음에라야 제한된 분야가 없이 널리 배울 수 있고, 한 가지 사례를 유추하여 앎을 확장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하물며 임금의 한 몸은 나라의 모든 일이 모이는 곳이기 때문에 일을 처리하는 때는 많고 글을 읽는 때는 적으니, 만약 그 강유를 붙잡고 그 종지를 정립하지 않고서 오로지 넓히는 데만 힘쓰면 문장을 기억하고 외는 습관에 얽매이거나 문..
...그리고 의미 발견 및 의미 부여는 독일어로 생각해 보면 Sinnfindung과 Sinngebung, 다시 말해 Sinn(의미)을 '주다(gebung)'와 Sinn(의미)을 '찾아내다(finden)'로 Sinn은 본래 기본적으로는 '방향'을 의미합니다. 프랑스 어의 '의미'인 '상스'도 마찬가지로 '방향'을 의미하며 상주니크(sens unique)는 일방통행 길을 말합니다. 요컨대 말의 의미란 말이 어느 방향을 향하고 있는가와 같은 것입니다. '어떤 말이 이러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이러한 방향에 있다'는 것이며 '의미를 안다'는 것은 그 방향을 파악하는 것입니다.예를 들어 '신곡'이라는 어휘를 보면, 신에 관한 또는 신성한, 신에 관한 희곡 같은 것일 거라는 방향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그..
작품 해석이란 작품이 가리키고 있는 이념이나 가치에 이르고자 하는 노력의 행위p.284 『단테 신곡 강의』
무릇 '해석'은 '의미 부여'와는 다르다. 의미 부여는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해석'이라 칭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단테와 같이 위대한 사람에게 자기의 의견을 부여하겠다는 태도는 모독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해석이란 '의미의 발견'이다. 단테가 여기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다. 단테에게 배운다는 자세 속에서 진정한 해석이 생겨난다는 것을 깊이 유념해 두어야 한다.'의미 부여'와 '의미 발견'은 그 차이를 자연과학 실험처럼 확연하게 드러낼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단테가 '지옥은 정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맨 처음에 썼던 말을 마음 깊이 새겨 두면, 우리가 단테의 지옥을 통해 무엇을 발견해야 할..
...그런데 imagination은 '상상(想像)'이라 번역되지만, 여기서의 '상상'은 적당히 떠올리는 것과는 다르다. 다시 말해 '像'은 '象'과는 달리 사람인변이 붙는다. '인상(印象)'은 사람인변이 없는 '象'을 쓴다. '인상'은 우리가 특별히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감각 기관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므로 오히려 타자가 부여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먼 곳에서 엄청나게 큰 소리가 울렸다. 그 소리를 느끼는 것, 또한 예를 들어 불가사의한 빛이 작열하는 비전은 '인상'이다. 그 '인상'을 바탕으로 "지금 들린 소리는 원자폭탄에 히말라야 산맥이 무너져 내리는 것 같은 소리였다"고 표현한다면 이는 인위적인 행위로 창작한 '像'이다. 상상(想像)이란 인간이 지성으로써 인상(印象) 이상의 비전을 만들어 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