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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미 부여'와 '의미 발견'

불량사전 2012. 12. 5. 23:19

목차

    무릇 '해석'은 '의미 부여'와는 다르다. 의미 부여는 자기가 이미 가지고 있는 의미를 작품에 부여하는 것이다. 이를 '해석'이라 칭하는 사람이 많은데, 그것은 오만한 생각이다. 단테와 같이 위대한 사람에게 자기의 의견을 부여하겠다는 태도는 모독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게 아니라 해석이란 '의미의 발견'이다. 단테가 여기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하는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이다. 단테에게 배운다는 자세 속에서 진정한 해석이 생겨난다는 것을 깊이 유념해 두어야 한다.

    '의미 부여'와 '의미 발견'은 그 차이를 자연과학 실험처럼 확연하게 드러낼 수 없다는 어려움이 있다. 그러나 단테가 '지옥은 정의를 위해 만들어졌다'고 맨 처음에 썼던 말을 마음 깊이 새겨 두면, 우리가 단테의 지옥을 통해 무엇을 발견해야 할 것인가, 무엇을 생각해야 할 것인가 하는 갈피를 잡을 수 있다. 단테의 지옥도는 '지옥을 통해 신의 정의를 깨우치라'는 가르침인 것이다.

    단테가 묘사한 잔혹한 지옥 모습이 도의상 젊은이들에게 좋지 않다는 의견은 전적으로 '의미 부여'이다. 단테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표현했는가를 단테에게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된다. 최근 텔레비전이나 영상에서 잔혹한 장면이나 시체를 보여주는 일이 있는데, 그것과는 엄연히 다른 수준임을 깊이 있게 읽으며 이해해 주기 바란다. 우리가 고전을 접할 때 중요한 자세는 '의미 부여'가 아니라 '의미 발견'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p.281 『단테 신곡 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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