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많이 읽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는 카이사르를 다루는 데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습니다. 중요한 인물이라고는 하나 그 찬양의 정도는 심각한 수준입니다. 이런 것을 보면서 우리는 시오노 나나미의 책이 어떤 관점에서 쓰인 것인지를 평가할 수 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역사 책을 읽으며 승리자의 편에 서서 자신이 그들과 한 편인양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우리처럼 식민 지배를 받은 경험이 있는 나라의 사람들이 『갈리아 원정기』를 읽으면서 카이사르의 편을 들며 즐거워하는 것은 정상적인 상태라 하기 어렵습니다. 억압받고 고통받는 피지배 민족들에게 안쓰러운 마음을 가져야 정상이지 식민지를 착취했던 제국의 반성 없는 후손처럼 굴면 곤란하겠습니다.p.160 『역사 고전 강의』
세나투스(원로원)와 포풀루스(시민/하층민)의 투쟁은, 토지 문제와 그것에 근거한 재산권이 근본적으로 개혁되는 사회혁명으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이 '내전의 세기'는 포풀루스의 불만을 흡수해서 자신의 세력을 키운 일인자의 시대로 귀결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사회혁명이 아니라 정치권 내부의 권력투쟁이 전개된 것입니다. 어떤 사회에서나 계층 간의 갈등이 극단적으로 일어나는 시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갈등이 근본적인 사회 개혁으로 이어져 사회의 저변을 바꾸지 못하고 몇몇 지도자들 아래 대중이 몰려들어 그들의 세력을 키워 주고 그것이 유력한 지도자들 사이의 정치적 권력투쟁으로 이어지면, 수많은 대중들은 결국 사회의 주체가 아니라 장기판의 졸과 같은 존재가 되고 맙니다.p.155 『역사 고전 강의』
"미천하고... 걸어갔다"라는 문장은 이때 벌어진 사태를 탁월하게 집약하고 있습니다. "좋은 집안에서 태어난 부유한 자들은" 기존의 삶을 유지하거나 새로운 기회를 마련했지만, "미천하고 교육을 받지 못했으며 가난에 찌든 다수의 사람들은" 온갖 고통과 어려움에 시달리며 하루하루를 연명하며 살았습니다. 미천하고 교육을 받지 못한 사람들일수록 나라가 망하면 고생길에 접어듭니다. 그러니 좋은 집안에 태어나 부유한 사람들이 나라를 버리고 떠나든 말든 가난하고 미천한 사람들은 나라를 지키고 올바르게 만드는데 힘을 쏟아야 하는지도 모릅니다.p.142 『역사 고전 강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