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인간의 기억과 관련된 영역입니다. 인간은 어제 했던 일을 오늘 기억하고 되새길 수 있습니다. 이를 '반성적 통찰력'이라고 합니다. 아주 쉽게 말하자면 반성적 통찰력은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잘 정리해 두었다가 그걸 바탕으로 다시는 똑같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으려는 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잘 정리한다고 해서 있는 그대로 기록할 수는 없습니다. 흔히 역사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에서 출발한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있는 그대로'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정확한지에 대해서도 사람들마다 의견이 다를 수 있는 것입니다. 여러 사람이 똑같은 일을 겪었다해도 각각의 개인이 가진 기억은 저마다 다르고 더러는 불확실하기까지 합니다. 똑같은 사태를 겪어도 기억이 다른 건 사람들마다 사태를 바라보는 관점이나 틀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관점이나 틀이 다르면 사태를 경험하는 방식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때 생겨나는 불확실함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고 가능한 한 다양한 측면을 살펴봐야 하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서 이른바 '객관적인 증거'를 확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와 같은 태도와 행위, 즉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나 다른 처지에 놓인 사람들을 통해서 내 판단의 근거와 앞으로 살아갈 방향을 찾는 것을 역사적 태도와 통찰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p.18 『역사 고전 강의』

Posted by 창고 불량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