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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적 태도와 인문학의 위기

by 불량사전 2012. 12. 6.

인문학적 태도와 인문학의 위기

인문학적 태도는 현존의 것에 대한 의심에서 출발하여 확고하고도 불변의 진리를 찾고자 한다. 의심은 모든 학문에서 가장 근본이 되는 태도이다. '도대체 왜 저럴까'라는 궁금증이 없는 사람은 정신적으로 죽은 것이나 다름없다. 이렇게 본다면 모든 학생은 인문학적 태도를 기본적으로 가져야 한다고 말할 수 있다. 누군가를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하다고 비난할 때 이는 그가 의심하는 힘, 진리를 추구하고자 하는 열정이 부족하다는 말이지 철학이나 역사에 대한 구체적인 지식이 모자라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사실 인문학자라는 이들도 이 점을 분명히 하고 있지 못하다. 가령 많은 인문학자들이 '인문학의 위기'라는 말을 되풀이해서 이야기 하곤 하는데 구체적인 내용을 들여다보면 철학이나 역사 분야에 대한 재정적인 자원이 없다. 그래서 인문학해서는 먹고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사태를 파악하는 건 인문학적 태도가 아니다. '인문학의 위기'의 본래적인 의미는 현존의 사태를 의심하고 확실한 것을 모색하고자 하는 '인문정신의 위기'이며, 이런 점에서 볼 때 현대인들은 무비판적으로 살아가고 있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하는 것이다. 흔히 하는 뜻으로 '인문학의 위기'를 이해한다면 그것은 인문학자들이 먹고 사는 문제에만 집중하고 있으므로 유사-공학적 태도라 할 것이다. 인문학자가 유사-공학적 태도로써 문제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이미 인문학의 위기를 말해주는 뚜렷한 신호라 하겠다.

강유원 『몸으로 하는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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