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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론3

생각하는 독서 생각하는 독서독서는 타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떠넘기는 행위이다. 책을 읽는 동안 우리는 타인이 밟았던 생각의 과정을 더듬는 데 지나지 않는다. 글씨 쓰기 연습을 하는 학생이 선생이 연필로 그려준 선을 붓으로 따라가는 것과 비슷하다. 때문에 독서는 사물을 고찰하는 데 필요한 고통이 수반되지 않는다. 스스로 사색하는 작업을 중지하고, 독서로 정신의 자리를 옮길 때 우리의 마음이 평안해지는 것은 이 같은 고통이 사라졌기 때문이다.그러나 독서만으로는 작가가 어떤 사상에 도달하기까지 힘들게 수고했던 운동량을 소화할 수 없다. 그 때문에 거의 하루 종일 독서로 시간을 보내는 근면한 사람일수록 조금씩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잃게 된다. 항상 탈 것에 의존하면 마침내 걸어다니는 힘을 잃어버리는 현상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2012. 11. 20.
권위를 앞세우는 사람 권위를 앞세우는 사람세상의 보통 사람들은 어려운 문제와 맞닥뜨리게 되면 권위 있는 말을 인용하고 싶어한다. 그들은 자신의 이해력과 통찰력을 활용하는 대신 타인이 남긴 침전물을 동원하고, 이를 자기 생각보다 더욱 확신한다. 물론 동원하고 싶어도 최소한의 능력조차 부족해 결국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짓눌리는 자들도 많다. 이런 자들의 수는 어마어마하다. 세네카의 말처럼 "사람들은 판단하는 것보다 다른 사람의 말을 믿고 싶어한다."그러므로 어떤 논쟁을 하게 되었을 때 그들이 주로 선택하는 무기는 권위이다. 그들은 수집한 여러 가지 권위를 무기로 선택한 후 서로 싸움을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가 이런 싸움에 말려든 자가 자신의 근거나 논리를 무기로 삼은 후 자력으로 대항하더라도 권위에 취한 그들을 일깨우지.. 2012. 11. 20.
평범한 것 평범한 것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이 남긴 작품은 평범한 사람들의 저작과 구별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단호한 어조와 확고한 신념,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명석한 표현법은 결코 노력이나 운으로 얻을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천재들은 그 형식이 산문이든, 또는 시나 음악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어떤 형식에도 구애받지 않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드러낼 수 있다. 이 같은 단호함이 발견되지 않는 작품을 가리켜 우리는 평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쇼펜하우어 『문장론』- 2012. 11. 20.